조나단 하이트(Jonathan Haidt) - "불안 세대(The anxious generation)"
뉴욕대 경영학과 교수인 조나단 하이트의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인 '불안 세대(The Anxious Generation)'는 2010년 이후 청소년들의 급격한 정신건강 악화 현상과 그 원인을 분석합니다. 하이트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의 등장이 청소년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청소년기 대재구조화(The Great Rewiring of Childhood)" 이론을 제시합니다. 그는 본질적으로 놀이 기반 청소년기(play- based childhood)에서 휴대폰 기반 청소년기(phone-based childhood)로의 전환이 일어났으며, 이것이 현재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불안, 우울증 및 다른 정신 건강 문제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더불어 현실 세계에서는 아이들을 과잉보호하는 반면, 디지털 세계에서는 과소보호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청소년 우울증과 불안안이 만연한 시대
하이트는 풍부한 통계 자료를 통해 2010년 이후 청소년 정신 건강의 급격한 악화를 보고합니다. 2020년까지 대학생들 사이에서 우울증은 134%, 불안은 106% 증가했습니다. CDC 보고서에 따르면 12-17세 미국 청소년의 20%가 우울증을 경험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추세가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삶의 질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관찰됩니다. 이러한 청소년기 정신 건강 지표 하락은 공교롭게도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경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하이트는 2007-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같은 다른 가능한 원인들을 배제하면서, 과거의 유사한 경제적 어려움이 청소년 정신 건강에 이러한 극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놀이 기반 청소년기의 쇠퇴
하이트는 나심 탈레브의 "반취약성(antifragility)" 개념을 차용하여 아이들이 회복력을 발달시키기 위해 어느 정도의 역경과 도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아이들이 안전과 보호뿐만 아니라 독립성, 자율성, 그리고 위험을 감수할 기회도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위험한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한계를 시험하고, 실패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며, 이것이 정서적 회복력의 기초가 된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면서 이러한 경험을 쌓았지만, 1980년대부터 여러 요인으로 인해 이러한 "놀이 기반 청소년기"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부모의 두려움 증가, 자동차 중심적 도시 설계, 학교에서의 쉬는 시간 감소 등이 아이들의 자유로운 놀이 기회를 제한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아이들을 점점 더 실내의 구조화된 활동으로 밀어넣었습니다.
하이트는 현대 사회에서 사춘기는 더 일찍 시작되지만, 성인으로 인정받는 시기는 더 늦어졌다고 지적합니다. 이렇게 연장된 청소년기와 독립성 부족의 결합은 생물학적 성숙과 사회적 인정 사이에 심각한 간극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상황에서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는 실제 세계에서의 독립성과 성장을 대체할 가상의 탈출구를 제공했지만,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발달 경로를 저해해했습니다.
휴대폰 기반 청소년기의 등장
하이트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네 가지 주요 해악을 분석합니다.
- 사회적 박탈(Social Deprivation): 온라인에서 "연결"되어 있지만, 아이들은 사회적 기술 발달에 필수적인 대면 상호작용을 잃고 있습니다.
- 수면 박탈(Sleep Deprivation): 취침 전 화면 사용은 블루 라이트 노출과 심리적 자극을 통해 수면을 방해합니다.
- 주의력 분산(Attention Fragmentation): 끊임없는 알림과 기기 확인은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깊은 사고 능력을 감소시킵니다.
- 중독(Addiction): 소셜 미디어와 게임은 심리적 취약성을 이용하여 참여와 화면 시간을 최대화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성별에 따라 다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여자아이들은 주로 사회적 비교와 신체 이미지 문제로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인스타그램의 내부 연구에서도 이 플랫폼이 10대 소녀들의 신체 이미지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하이트는 소셜 미디어 사용과 여자아이들의 정신 건강 악화 사이에 의미 있는 상관관계(r = .20)가 있다고 보고합니다.
반면 남자아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그들은 주로 게임 중독과 포르노 접촉으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학업 성취도 저하, 대학 진학률 감소, 사회적 기술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이트는 남자아이들이 점점 더 실제 세계에서 가상 세계로 철수하고 있으며, 이는 그들의 미래와 사회 전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하이트는 기술이 인간성 발달의 더 깊은 측면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웰빙을 증진하는 여섯 가지 “영적 실천” - 즉, 신체화(embodiment), 평온한 마음 유지, 목적 찾기, 용서와 같은 덕목 기르기, 경이로움 경험하기, 그리고 공동체 연결 발전시키기 - 이 모두를 휴대폰 중심의 생활방식이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더 건강한 어린 시절을 위한 집단 행동
하이트는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네 가지 핵심 실천과제를 제안합니다.
- 고등학교까지 스마트폰 사용 지연: 14세 이전에는 기본 전화기만 제공하고, 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폰은 고등학교부터 허용해야 합니다.
- 16세 이전 소셜 미디어 금지: 아이들의 가장 취약한 뇌 발달 시기에 소셜 비교와 알고리즘 영향으로부터 보호해야 합니다.
- 휴대폰 없는 학교: 학교 시간 동안 모든 학생의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을 잠금 장치나 보관함에 보관해야 합니다.
- 더 많은 독립적 놀이와 위험 감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사회적 기술을 발달시키고, 불안을 극복하며, 자율적인 젊은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이트는 이 문제를 "집단 행동 문제(collective action problem)"로 규정합니다. 개별 가족이 혼자서는 사회적 압력에 맞서기 어렵기 때문에 학부모, 교사, 학교, 기술 회사, 정부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정부와 기술 회사는 소셜 미디어에 연령 확인을 요구하고 중독성 설계 기능을 규제해야 합니다. 학교는 휴대폰 없는 환경을 만들어 학생들의 집중력과 대면 상호작용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부모들은 다른 가족들과 연합하여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사용 규칙에 합의함으로써 "모두 함께하면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짧은 덧글. 스마트폰의 악영향을 걱정하는 부모들은 많지만, 그 심각성을 이해하는 부모들은 적고,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실천하는 부모들은 더 적습니다. 지금 무심결에 우리 아이의 손에 휴대폰을 쥐어주고 나는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